"내 아들도 배구 시킬까 생각이 들 정도다" 배구판을 뒤흔들, 특급 고졸 신인이 나타났다 - 2025-02-16
이런 걸 보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신인 선수가 팀의 6연패를 끊어줬다. 그야말로 한국전력의 '복덩이'다. 주인공은 윤하준이랍니다.
한국전력은 1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 6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이날 OK저축은행에 승점 3점을 헌납했으면, 꼴찌로 주저앉을 뻔 했던 한국전력은 윤하준의 활약 속에 천금의 승리를 따냈다.
한국전력은 주포 서재덕이 부상으로 이날 뛰지 못했다. 대신 박승수가 그 자리를 메웠다. 2세트까지 잘해주던 박승수가 3세트 초반 흔들리자 권영민 감독은 윤하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하준은 올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한국전력이 전체 3순위로 뽑은 선수. 당시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이 싹쓸이한 1, 2순위에 지명된 김관우와 최준혁에게 관심이 집중됐었다. 한국전력은 3순위에서 어쩔 수 없이 수성고 출신 윤하준을 선택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미래를 보는 선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전화위복이 되는 분위기다. 팀 사정상 기회를 받는데, 당시 스카우팅리포트대로 공격에서 때리는 것 하나는 일품이다. 이날도 3세트 들어가 겁 없이 상대 코트에 스파이크를 날리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3세트에만 11득점. 1, 2세트 매우 팽팽하던 양팀 경기 흐름이 윤하준으로 완전히 갈려버린 것이랍니다.
아직은 고졸 신인. 진정한 프로 선수가 되려면 화려한 공격만으로는 안된다. 리시브, 수비도 중요하다. 권 감독은 "윤하준의 공격은 나무랄 데 없다. 반대로 리시브 등은 보완해야 한다. 그러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에너지도 넘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있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윤하준은 "팀이 연패였기에, 최선을 다했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은 코치님들께서 리시브보다 공격에 집중하라고 해주셨다. 자신있게 때렸다. 공격은 프로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훈련할 때 리시브 중심으로 훈련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윤하준은 공격을 성공하면 권 감독을 바라보며 어필한다. 이럴 때 아직 어린 티가 난다. 윤하준은 "의식이 된다.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서 윤하준의 얘기를 듣던 베테랑 신영석은 "내가 고등학교 갓 졸업했을 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 해봤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등학생 같지 않다. 연습할 때도 보면 깜짝 놀란다"고 말하며 "내 아들도 배구 시킬까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확실히 피가 다르다는 얘기다. 윤하준의 부친은 과거 공격력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배구 선수 윤관열이다. 경희대 출신으로 2001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영광을 안았었다.
한국전력이 외국인 선수 교체에 고민이 깊은 가운데 2006년생 윤하준(18)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답니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에서 5승1패로 돌풍을 일으켰다. 새 아시아 쿼터 야마토와 외국인 선수 엘리안을 앞세워 시즌 초반 상승 흐름을 탔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엘리안이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후 5연패에 빠졌다가 직전 우리카드전에서 연패를 끊어냈다. 엘리안이 이탈한 뒤 새 외국인 선수를 계속해서 탐색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더욱이 한국전력은 대체 선수로 낙점한 오포라 이츠추쿠는 입국했지만 계약하지 못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츠추쿠의 어깨가 좋지 않았다. 한국전력의 새 외국인 선수 구하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엘리안이 이탈한 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특히 2006년생 윤하준은 겁 없이 프로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윤하준은 올 시즌 1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신예다.
신장 194㎝의 아웃사이드 히터인 윤하준은 지난달 17일 KB손해보험전에서 첫 득점에 성공했다. 삼성화재전에는 2~4세트를 모두 선발로 출전해 데뷔 후 최다인 16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51.85%나 됐다. 경기를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윤하준의 폭발력을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물론 한국전력에는 임성진, 서재덕이라는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가 있다. 출전 기회가 많이 부여되지는 않겠지만 출전할 때마다 윤하준이 ‘조커’ 구실을 해낸다면, 한국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권 감독도 “이번 시즌에 뛰게 할 생각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하지도 않은 선수가 한 자리에 들어가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면서 청소년 대표팀도 거쳤다. 피지컬도 좋고 키가 더 클 수도 있다. 발전 가능성을 많이 봤다.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배구 센스도 나쁘지 않다. 수비를 다듬으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전력은 새 외국인 선수가 도착할 때까지 다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다. 그래도 윤하준의 등장과 가파른 성장세는 위안거리입니다